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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소와 위험한 소
IP : 221.158.124.72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2814   작성일 : 08-06-01 17:49:00

 

온 몸이 매 맞은 듯 아프다. 몸살이 났나? 가만 생각해 보니 내 몸이 아픈 이유는 어제 초지에서 소를 몰다 소한테 받혀 땅바닥에 넘어졌기 때문이었다. 수소를 제외한 대부분의 소는 사람을 받지 않는다. 하지만 어제 나를 무식하게 들이받은 소는 수소가 아닌 거세우였다. 거세우는 어려서 고환을 제거하여 남성호르몬의 분비가 억제되기 때문에 성질이 온순하고 암소처럼 체형이 변한다. 그런데 왜 어제 그 소는 나를 받았을까?  생명에 위협을 느껴서 였으리라. 아마도 사람들이 자신을 해치려는 줄 알고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서 그랬을 것이다.

 목장생활 십년이 되었다. 목장에서 길러지고 있는 소가 2,000두가 넘으니 그간 내가 겪었고 보았던 소는 20,000두는 족히 넘을 것이다. 소도 사람처럼 다 다르다. 성격도 다르고 무늬도 다르고 얼굴 생김새도 다르며 뚱뚱하고 날씬한 것도 다르다. 심지어 똑똑한 녀석과 멍청한 녀석도 구분이 된다. 사람을 무척이나 따르는 녀석도 있지만 사람을 몹시 무서워하는 녀석도 있다. 수소 중에는 사람만 보면 들이받을 태세를 갖추는 녀석도 있어 위험하다. 대부분의 소는 겁이 많다. 눈이 커서 그런가?

 지난 십 년 동안 소에게 여러 차례 받혔던 기억이 있다. 심지어 생명에 위협을 느낀 경우도 있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몇 년 전 mbc 방송국의 '무한도전' 팀이 촬영을 협조하면서 젖짜기를 시도할 때였다. 사람이 빠른지 기계가 빠른지를 가리는 게임을 기획하고 작가 여러 명이 답사를 왔는데 - 내가 누차 말도 안 되는 얘기라고 설명했음에도 불구하고 - 착유실 밖에서 소젖을 짜야 한단다. 목장을 널리 알릴 수 있는 계기가 되겠다 싶어서 우사에 있던 소를 밖으로 데리고 나와 젖을 짜는데..  갑자기 녀석이 뒷발로 내 가슴을 강타했다. 뒤로 몇 바퀴를 구르고 난 후에야 나는 정신을 차릴 수가 있었고 그 광경을 목격한 방송국 작가들은 기겁을 하고 촬영 포기를 선언했다. 굴욕적인 사건이 아닐 수 없었다. 어디가 아픈지도 모를 정도로 정신도 없었지만 프로가 아마추어 앞에서 대단한 망신을 당한 셈이라 어이가 없었다. 작가들이 자리를 뜬 후에야 나 자신의 무모함을 성토했다. 소는 길들여진 동물이긴 하지만 환경이 바뀌면 적응하는데 시간이 걸린다. 그것을 간과한 나의 실수였다. 그 순한 소가 그렇게 돌려차기로 나를 강타한 이유는 나의 실수였다.

 소의 발에 차여 기절을 한 적도 있고 뿔에 받혀 얼굴이 피투성이가 된 적도 있지만 나는 소를 사랑한다. 소에게 받히는 것은 순전히 부주의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소는 착하고 겁이 많다. 사람이나 다른 동물을 공격할 때는 위협을 받기 때문이다. 소의 크고 선한 눈망울을 보면 마음이 순해진다. 그래서 나는 소의 눈을 좋아한다. 묵묵히 사람에게 이로움을 주는 소를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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