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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새
IP : 221.158.124.72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2276   작성일 : 08-06-15 10:01:00


 아침에 목장을 한 바퀴 돌아보는 것이 하루의 시작이다. 간밤에 별일은 없었는지, 아픈 녀석은 없는지 살펴보기 위함이다. 그런데 오늘은 안타까움을 보았다. 부화한 지 얼마 안 된 참새 한 마리가 싸늘한 주검으로 땅바닥에 버려져 있는 것이었다. 해마다 되풀이 되는 일이긴 하지만 이제 얼마 안 있으면 하늘을 날게 될 어린 새가 태어나자마자 다시 세상을 등진 안타까운 모습이 아침을 여는 나의 마음을 가라앉게 만들었다. 자연에서야 이런 일이 다반사겠지만 그런 모습을 직접 목격하는 것은 그리 유쾌한 일은 아니다. 하지만 목장에서 일을 하는 한 그런 모습을 계속 봐야한다는 사실을 담담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축사는 주로 철골을 이용하여 지어지는데 철골 구조물 중에는 사각으로 된 파이프가 있어서 새들이 보금자리를 꾸미는 장소로 많이 이용한다. 높이도 알맞고 천적으로부터도 안전하여 해마다 봄이면 둥지를 새로 틀고 알을 낳아 기르는데 문제는 새끼들을 보호할 만한 둔턱이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경사가 있어서 자칫 잘못하면 둥지를 벗어나 땅바닥으로 떨어지게 되는 것이다. 물론 어미가 이미 죽은 새끼를 둥지 밖으로 밀어내는 경우가 많겠지만 말이다.
 

  목장에는 참새가 많다. 그야말로 참새의 왕국이고 천국이라 할 만하다. 둥지를 틀 많은 장소가 있고 먹이는 이미 충분한데다 삶을 위협하는 천적이라고는 새매 정도나 있을 것인데 그나마도 개체수가 워낙 적어서 별 걱정이 많지 않은 모양이다. 예전엔 사람이 가장 큰 천적이었다. 내가 어린 시절만 해도 참새는 겨울밤 맛있는 간식이었고 어른들에게는 술안주로 인기였다. 참새 한 마리면 소주가 한 병 없어질 정도도 고소하며 감칠맛이 있다. 몇 년  전 손 성영 대리가 학생신분으로 목장에 실습을 나왔을 때도 참새를 잡아 구운 적이 있다. 손 성영 군에게 뭔가 추억거리를 주고 싶기도 했지만 그때는 쉴 새 없이 날아와 소가 먹는 사료를 축내는 참새들이 밉기도 해서 꽤 여러 마리를 포획하여 구웠던 것이다. 맛이야 변함없었지만 참새들이 불쌍하다는 생각에 그 후에는 잡지 않았지만 날짐승을 사냥한다는 것이 어떤 묘한 쾌감을 주는 것은 본능이 아닐까 싶다. 참새를 잡는 방법은 다양하다. 가장 쉬운 방법은 소쿠리를 이용하는 것인데 소쿠리를 막대기로 세우고 그 안에 먹이를 넣고 멀리서 지켜보다가 참새들이 들어가면 막대기를 줄로 잡아당겨 참새를 잡는다. 성공률이 높은 반면 오래 기다리는 인내심이 필요하다. 또 하나는 밤에 참새들이 잠을 자는 풀 섶이나 나무를 그물로 두른 후 흔들어 잡는데 대량으로 포획할 수 있다. 어린 시절에는 초가집 처마에서 잠을 자는 새를 맨손으로 잡기도 했었다.

 

  참새는 좋은 쪽 보다는 천하고 상스런 쪽의 상징으로 여겨진다. 가만 보면 그런 이유가 있는 것 같다. 잠시도 가만히 있지 않는다. 이쪽으로 휙 또 저쪽으로 휙휙 몰려다닌다. 소리도 재잘재잘 소란스럽다. 꾀꼬리나 뻐꾸기처럼 아름답거나 우아한 소리가 아니다. 그저 북새통 시장이다. 참새가 많은 곳은 시끄럽다고 느낄 정도다. 모습도 그리 아름답다고 할 수 없다. 뭐 한 가지라도 내세울게 없는 녀석이다. 게다가 의심이 많아 사람과 친해지기 어렵다. 오래 전 나는 참새를 길러서 돈벌이를 하면 어떨까 생각한 적이 있다. 참새고기는 맛이 좋아서 인기가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 때문이었는데 생각을 중단했다. 사람과 친하지 않아 기르기도 어렵겠지만 닭 한 마리에 만 원이면 참새는 얼마를 받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회의적이라는 결론에 도달했기 때문이었다. 십자매나 문조 같은 관상조류도 값이 싼데 참새야 오죽할까. 

 

  시작부터 눈앞에 나타난 안타까운 주검이 나의 측은지심을 자극하는 차분한 아침이다. 그래도 참새들은 짹짹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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