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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소
IP : 121.171.94.88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2802   작성일 : 08-07-08 23:12:00


   요즘 미국산 쇠고기 수입과 관련하여 온 나라가 시끄럽다. 여러 가지 원인이 있을 수 있겠지만 광우병과 관련된 국민의 건강 문제가 가장 큰 이슈일 것이다. 몇몇 TV 화면에 비춰진 앉은뱅이 소와 비틀거리는 소의 모습은 누가 보아도 안타깝고 측은한 생각을 갖게 한다. 그런 소의 질병이 사람에게까지 전염이 된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비록 확률이 현저하게 낮다 하더라도 끔찍한 일 일 것이다. 쇠고기 문제가 사실 소를 기르는 목장 측면에서 보면 할 말도 많고 아쉬움도 많은 문제이긴 하지만 지금 큰 타격을 입고 있는 입장인데도 입을 다물고 있는 것은 우리의 절박한 입장만을 토로하게 될 것 같은 생각 때문이다. 어쨌거나 이런 소모전이 빨리 마무리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소는 참 온순하고 건강하며 부지런한 동물이다. 덩치도 큰 녀석이 겁은 왜 그리도 많은지 조그만 강아지가 짖어도 피해 다닌다. 소를 기르다 보면 소를 몰아야 할 때가 있는데 겁 많은 녀석들 때문에 꽤나 애를 먹는다. 높은 곳은 잘 올라가는데 조금이라도 내리막 경사가 있으면 주저하며 움직이질 않는다. 어느 한 녀석이 용기를 내어 내려가면 그때서야 우르르 따라 내려가지만 한 두 녀석은 그마저도 못가고 고집을 부린다. 할 수 없이 먼 길을 돌아서 갈 수 밖에 없다. 심지어 먹고 자고 하던 방에서 밖으로 나오길 거부하는 소도 있고 불과 얼마 안 되는 둔덕도 넘으려면 한참이 걸리는 걸 보면 참으로 조심성 있는 동물이다. 오랜 기간 약자로 살아온 탓일 게다.

 

  목장에서 많은 소를 기르다 보면 가끔 안타까울 때가 있다. 그렇게 겁 많고 덩치 큰 녀석이 잘못될 경우다. 날마다 몇 번씩 아픈 녀석은 없는지 살펴보며 다니지만 눈에 띄지 않아 치료할 시기를 놓치기 때문이다. 한 마리 한 마리 눈여겨본다고 하는데도 발견하기 쉽지 않다. 아픈 소를 발견하면, 소가 아파보이면 이미 녀석은 상당히 많이 아픈 상태인 것이다. 자연에서 무리를 지어 사는 초식동물은 하루하루가 긴장의 연속이며 생존을 위한 투쟁일 것이다. 언제 약탈자가 침입해 무리를 해칠지 모르기 때문에 항상 조심해야 한다. 오죽하면 먹을 수 있을 때 허겁지겁 삼켰다가 안전하다 생각될 때 다시 게워 씹을까? 소는 무리를 지어 산다. 무리를 이끄는 대장 소는 수컷으로 용맹하여 가족을 지키며 나름대로 사회를 형성하여 생활하는데 무리를 안전하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희생양이 필요하게 된다. 그런 이유로 아프거나 약한 소는 대부분 따돌림 당한다. 아무리 아파도 아픈 티를 내면 안 되는 이유가 거기 있다. 아픈 모습을 보이면 동료들에게는 버림을 받게 되고 포식자들에게는 표적이 되기 때문이다. 아픈 녀석은 내색 않고 무리의 한 가운데에 주로 숨어있게 되는데 무리를 벗어나 홀로 앉아 있는 경우는 이미 생을 포기할 정도로 치명적인 상태다. 그래서 아픈 녀석을 일찍 찾아내기가 어렵다.

 

  소를 아프게 하는 원인은 참으로 많다. 바이러스나 세균은 물론이거니와 원충이나 이물질, 먹는 물이나 사료까지도 소를 아프게 하는 원인이 된다. 물론 외부의 원인 외에도 몸 내부에서 기인하는 병도 많고 병이 아닌 사고도 많이 발생한다. 가장 치명적인 원인은 바이러스나 세균이지만 상식 밖의 원인에 의해 잘못되는 몇 가지 경우는 소를 기르는 입장에서 보면 허탈하기 까지 하다. 어떻게 저럴 수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의 어이없는 사고는 가끔 발생하지만 주로 축사의 설계 실수에서 비롯된다. 좁은 파이프 사이에 머리가 끼어 제 성질에 못 이겨 잘못되거나 물통에 코 박고 물먹는데 뒤에서 다른 녀석이 올라타는 바람에 주저앉아 물에 빠져 잘못되는 등 사람이 조금만 더 신경 썼더라면 미리 막을 수 있는 사고들이다. 하지만 한 번 겪고 나서야 외양간을 고치는 것이 사람 아닌가.

 

  십년을 소와 살면서 제 명보다 일찍 하늘로 보낸 소들이 부지기수다. 전염병으로 한꺼번에 수십 마리를 잃은 적도 있고 젖먹이 어린 송아지를 기를 땐 하루에 한 마리씩 땅에 묻었던 적도 있다. 그땐 정말 허탈했다. 아침에 일어나 축사를 돌아보는 것이 두려울 정도로 가슴이 답답했다. 갑갑함을 해결하려고 선택한 방법이 해부였다. 송아지가 잘못된 원인이 무엇인지 알아야 방법을 찾을 수 있고 원인을 알 수 있는 가장 빠른 길이 해부와 검사였기 때문이다. 처음엔 어린 송아지를 나중엔 중송아지 까지 거의 한 마리도 빠짐없이 배를 가르고 가죽을 벗겼으며 장기를 적출했다. 수백 마리를 째고 나서야 매스를 놓게 되었다. 이제는 대충 봐도 아프거나 잘 크지 못하는 원인을 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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