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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아지와 파리
IP : 221.158.124.116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3921   작성일 : 08-08-24 11:48:00


   아침에 우유를 먹이는 시간이 되면 언제나 '음메 음메' 대는 송아지들의 보챔질에 귀가 따가울 정도로 시끄럽지만 제 주인 발자국 소리를 듣고 그동안 참았던 배고픔을 알아달라고 목청껏 소리치는 녀석들의 건강한 목소리가 싫지 않다. 어린 송아지는 한 평이 조금 안 되는 울타리에 한 마리씩 들어 있는데 주인이 오면 음메 음메 울어대다가 꼬리를 들고 폴짝 폴짝 뛰기도 하고 왼쪽으로 한 바퀴 오른쪽으로 한 바퀴 재롱을 떤다. 배고픔을 채워줄 주인이 반가운 모양이다. 백 마리가 넘는 어린 송아지들이 모두 무사하기를 기도하며 한 녀석씩 살피는데 일어서지 않고 자리에 앉아 있거나 누워 있는 송아지가 몇 마리 있다. 에그 오늘 하루라도 아픈 녀석이 없기를 바랬는데.. 하며 우유통을 살핀다. 그나마 엊저녁 우유를 다 먹은 녀석은 다행인데 우유도 안 먹고 누워있는 송아지는 뭔가 탈이 난 게다. 눈빛을 살피는데 눈이 쑥 들어갔고 똥은 완전 물설사다. 이런 큰일이네. 우선 우유통을 내려놓고 금식을 위해 표시를 한다. 세 마리나 되는 송아지가 아프다. 그래도 나머지 아이들은 건강하게 보이니 다행이다 싶기도 하구.
 

  아픈 송아지 세 마리 때문에 마음이 바쁘다. 우유를 타기 전에 먼저 수액을 따뜻한 물에 담가 놓고 이 백 리터가 넘는 우유를 서둘러 타서 먹이고는 우선 탈진한 송아지부터 전해질 공급을 위해 수액을 주사한다. 움직이지 못하게 팔 다리를 묶어 놓고 수액을 높은 곳에 매달아 링거 줄을 늘어뜨린 후 주사바늘을 들어 정맥을 찾는데 도무지 혈관 찾기가 힘들다. 워낙 어린 송아지라서 혈관이 발달하지 못한 탓도 있지만 탈수가 심해서 혈관이 잡히지 않는다. 시급을 다투는 일이라 마음은 급한데 주사 바늘은 자꾸만 혈관을 비껴가고 아픈 녀석 더 아프게 만드는 건 아닌가 싶어 찌르는 내 마음도 찢어진다. 몇 번 실패를 하고 나면 등에서 진땀이 나기 시작하고.. 그럴 땐 한숨 돌리고 하는 편이 낫다. 땅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아픈 송아지를 바라보는데 어린 송아지의 휑한 눈에서 눈물이 주르르 흐른다. 가엾은 녀석...등짝엔 파리가 까맣게 앉았다. 안되겠다 싶어 다시 주사 바늘을 들고 혈관을 찾는다. 다행이도 이번엔 한 번의 시도로 혈관 한 가운데 바늘을 꽂았다. 수액세트를 연결하고 약량을 조절한다. 이제 됐다 싶어 밀린 일을 하려고 돌아서는데 아무래도 누워있는 송아지의 몸에 붙어 어린 송아지를 괴롭히는 파리들이 맘에 걸린다. 가뜩이나 아파서 어려울 텐데 파리들까지 극성이니 안 되겠다는 생각에 분무용 살충제를 가져다 뿌려본다. 하지만 그때뿐이다. 저놈의 파리들은 끝이 없다. 파리채를 들어 수액을 맞고 있는 송아지 몸에 붙어 있는 파리들을 쫓아본다. 여름날 곤히 잠든 손자 머리맡에 앉아 부채로 파리를 쫓아주는 외할머니처럼 말이다. 그런데 가만 보니 송아지의 엉덩이가 다 젖어있다. 누워서 설사를 한 탓에 그럴 것이다. 설사한 변의 색깔과 냄새를 맡아 보려고 꼬리를 들어 본다. 순간 온 몸에 소름이 돋는다. 항문 주변에 하얗게 꿈틀대는 벌레들이 우물거린다. 윽. 징그럽다. 어느 새 그 습습한 곳에 파리들이 알을 까놓은 것이었다. 정말이지 보기 싫다. 막대기를 주워 항문 주변의 파리 유충들을 제거하는데... 자세히 보니 항문 주변에만 있는 게 아니다. 엉덩이 쪽 물기에 젖은 털 속에도 버글댄다. 송아지의 여린 살을 갉아먹고 있는 것이다. 어쩌면 이럴 수가 있을까 생각하며 살충제를 뿌려본다. 잠시 후 하얀 구더기들이 몸을 비틀며 송아지의 몸에서 나와 바닥으로 떨어진다. 수 백 마리는 됨직하다. 파리에게 증오감이 생긴다. 오늘은 내가 파리들을 박멸하리라.. 기필코

 

  어린 송아지의 배설물이 파리가 증식하기엔 안성맞춤이라 파리와 구더기가 많지만 이렇게 송아지의 몸을 갉아먹는 것은 도저히 용서가 안 된다. 서둘러 우유통을 닦아 걸어 두고 사료를 주고 난 후 파리와의 전쟁을 시작한다. 곳곳에 과립으로 된 유인 살충제를 뿌려두고 링거액을 맞는 송아지의 수액을 바꿔준다. 어린 송아지 이지만 3,000ml 이상 수액을 보충해야 한다. 조금씩 눈이 나오기 시작한다. 살아날 모양이다. 다행이도.  다시 파리를 잡는다. 깔짚으로 깔아준 톱밥 한구석이 부풀어 미세한 움직임으로 꿈틀거린다. 그건 필경 송아지의 배설물에서 증식하고 있는 구더기들일 것이다. 파리에 대한 분노에 끓는 나의 시선이 그것을 가만 둘리 없다. 삽으로 반짝 떠서 뜨거운 물속에 담근다. 순간 하얗게 떠오르는 파리 유충의 시체들이 물 표면에 가득하다. 셀 수 없이 많다. 이 많은 유충들이 모두 파리로 성장하면...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몇 군데 더 모여 우글거리는 구더기를 소탕하고 나니 조금이나마 분이 풀린다. 어느덧 수액은 송아지 몸속으로 거의 다 들어가고 송아지의 눈은 다시 정상으로 돌아왔다. 오줌까지 배출한 것을 보면 몸 안의 수분은 모두 보충이 된 듯 보인다. 묶였던 몸을 풀어주고 준비했던 전해질용액을 물에 타서 우유 대신 먹인다. 빠는 힘이 영 시원치 않다. 들어갔던 눈은 나왔건만 기력이 쇠잔한 녀석이 마음을 상하게 한다. 녀석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는데 파리 한 마리가 바닥을 기어 다닌다. 가끔 톡톡 튀기도 하며 날지 않고 기어 다니는 데 색깔도 조금 다르다. 연한 갈색이다. 자세히  보니 그런 놈들이 몇 마리 더 있다. 그런데 더 살펴보자니 깔짚 속에서 기어 나온다. 아하. 이제 막 번데기에서 파리로 탄생한 녀석들이라 날지도 못하고 그러는구나 하며 발로 비빈다. 이게 아니지 싶은 생각에 깔짚을 뒤진다. 그러고 보니 깔짚 속에는 수많은 번데기들이 숨어있다. 이러니 파리를 쉴 새 없이 잡아도 끝이 없지. 퇴비장에 버리려고 쌓아 논 깔짚 더미에 가 보았다. 쪼그리고 앉아 무덤처럼 쌓인 더미를 살핀다. 세상에나. 갓 태어난 파리들이 여기저기서 기어 나오고 있다. 깔짚을 쌓아 놓으면 발효가 일어나서 그 열기 때문에 다 죽을 줄 알았던 파리들이 버젓이 살아 나오고 있었다. 이건 아니다 싶어 한 삽을 떠서 물속에 넣었다. 물 위에 뜨는 수많은 번데기 껍데기들. 쌓아 놓은 깔짚 더미가 파리 번식의 온상이었던 것이다. 어떻게 하면 다 잡아 없앨 수 있을까 궁리하다 사료포대를 가져와 불을 붙였다. 불을 붙이면 톱밥이 탈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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