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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림받은 어린 양
IP : 121.171.94.88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5421   작성일 : 09-01-23 23:11:00

 

 

  이제 태어난 지 보름밖에 안된 어린 양을 데리고 초지로 산책을 다녀왔다. 예쁜 강아지 줄을 목에 매고 앞장서니 그 모양이 꼭 강아지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수백 미터 되는 거리를 걸어 그 어린 양의 정체성을 찾아줄 동료 친지들과 제 어미가 살고 있는 양 울타리에 다녀온 것이다. 녀석은 아직 어린 탓에 동질감을 느끼지도 못하고 제 어미를 찾으려는 노력도 하지 않았지만 나는 분명히 보았다. 녀석의 어미를. 뭉실뭉실 온 몸을 뒤덮고 있는 털 사이로 뽀얀 살색의 젖이 엄청나게 불어 금방이라도 터질 만큼 탱탱한 젖통을 갖고 있는 한 마리의 양, 무리 속에 그 양 한 마리만 젖통이 그렇게 불어 있는 것을 보면 아마도 녀석을 낳고 젖을 빨리지 않아 그렇게 된 것이 분명한 어미가 맞을 것이다. 젖이 얼마나 아플까... 생각하는 순간 어미로 보이는 그 양은 무리 속으로 뛰어 달아난다. 여기 제 자식이 있는데...

  새해가 들어 양의 무리들 속에 갓 태어난 어린 양이 보이기 시작했다. 수 십 마리의 양들이 초원에서 풀을 뜯고 있었지만 어느 놈이 수컷인지 어느 놈이 암컷이지 조차도 알아보려 하지 않았었는데 어느 결에 저희들끼리 짝을 짓고 그 결실을 맺은 모양이었다. 사람이 간섭하지 않아도 알아서 식구들을 늘려가는 것을 보면 다 나름대로 살아가는 방식이 있는 것일 게다. 그런데 이삼 일이 지난 어느 추운 아침에 추위에 떨고 있는 어린 양 한 마리가 눈에 띄었다. 양의 무리와는 좀 거리가 있는 곳에 혼자 부들부들 몸을 떨고 있는 녀석이 가련해서 어미를 찾아보았다. 먼 거리라 다 그놈이 그놈 같고 해서 쉽게 찾기가 어려웠지만 한참을 살핀 끝에 어미로 보이는 양을 찾아낼 수 있었다. 꽁무니에 태반을 매단 채 양의 무리 사이를 오가는 한 마리의 양, 그 양이 어미일 가능성이 거의 맞을 것이다.

  잘됐다 싶어 어린 양을 안고 어미인 듯 보이는 그 양에게로 다가가는데 좀처럼 가까워지지 않는다. 어린 양에게 어미를 찾아주려는 나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계속 도망만 다니니 이 노릇을 어찌할까 생각 끝에 모성 본능을 자극해 보기로 했다. 초원 한가운데 어린 양을 두고 울타리를 나와 모른 체 하며 축사를 한 바퀴 돌고 두 시간 후 쯤 다시 가 보았다. 누군가 돌봐줄 것을 바랐던 나의 기대와는 달리 어린 양은 여전히 혼자 멤메 멤메 울고만 있었고 아무도 그 어린 생명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 어미인 듯 보였던 녀석도 찾을 수가 없다. 이 추운 겨울 아침 어린 양은 차가운 동토에 버려진 것이다. 난감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송아지는 많이 길러봤지만 갓 태어난 어린 양을 어찌 돌봐야 하는지 혹 잘못되지는 않을지 걱정이 앞섰지만 일단 따뜻한 곳으로 옮기고 봐야할 노릇이었다. 가끔 자식을 버리는 사람 얘기는 들어봤어도 순한 양이 제 자식을 버리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던 일이 내 눈앞에 벌어진 것이다.

  바람을 막아줄 창고 모퉁이에 볏짚을 깔고 보금자리를 만들고 부랴부랴 아이젖병을 구해 우유를 담고 따뜻하게 데운 후 분유를 몇 스푼 더 탔다. 그리고 일전에 건강식품이라고 선물 받은 락토페린 성분이 들어 있다는 초유 분말도 조금 넣었다. 양젖이 소젖보다 진할 거라는 생각에서.. 녀석의 몸은 아직 온기가 남아있었지만 아직 솜털뿐이라 살색이 그대로 드러난 피부를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잘 먹어주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으로 젖병을 들어 입에 물려보았지만 도리질을 한다. 먹어야 사는데..  먹어야 사는데..  몇 차례 시도를 해 보았지만 먹을 생각이 없나보다. 날은 차고 젖은 식어 가는데 도무지 먹일 방법이 떠오르지 않아 속상했다. 그래도 이 녀석을 살리기 위해서는 어떻게든 먹여야 한다는 생각으로 강제로 입을 벌려 젖꼭지를 입에 넣기를 반복한 끝에 젖을 빨리는데 성공했다. 비록 먹은 양은 얼마 안됐어도 이제 살아날 가능성이 보인 것이다.

 

  이인선  Date. 2010-10-28 17:57:18
완전..ㅠ_ㅠ 슬펐어여 ㅠㅠ

  천승우  Date. 2010-10-22 07:46:30
좋은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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